때는 2017 년 여름~가을 쯤이였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 학생이였을 때였는데요.
그래도 꼴에 한국에서 이름 좀 알아주는 대학 나왔다고, 아무런 취업 준비도 없이 취업판에 도전을 했을 때였습니다.
'너는 좋은 대학 나왔으니깐 대기업 취업 할 수 있을꺼야'
라고 많이 들어왔습니다. 저도 그때는 그렇게 한창 착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처음 면접을 본 곳은 여기였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취업준비하고 삼성전자네 현대자동차네 하나은행이네 뭐네 하면서 다들 취업을 하고 있을 때, 저도 뭔가를 해야할 것 같아서 아무곳이나 막 원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알바나 동아리활동같은 것은 해봤어도 직무관련경험 (인턴, 교육, 공모전, 대회) 이런 것들은 해본적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나름 잘 하는거라면 학점관리?.. 그마저도 3, 4학년 때에는 고삐가 풀려서 공부를 많이 안했지만요.
그때도 자소설닷컴, 독취사 이런 사이트들이 유명해서 사이트도 들락거리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소서라는 것도 써보고 그랬습니다. 제 기억에 그때 당시 흔히 많이 나오는 자소서 항목들이 이런 것들이더라구요.
- 지원동기
- 내가 여기 오기 위해 뭘 했는지, 나의 강점을 기준으로
- 입사 후 포부
자소서를 열심히 쓰고 한 2 ~ 3 주 기다리면 대기업같은 경우 사이트에 합/불 여부를 알려주거나, 메일로 보내줍니다. 이때 저는 이때 현대모비스 '구매' 담당자에 지원했었는 데, 서류에 탈락했습니다. 하긴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죠. 관련 경험이나 전공도 아닌데 얘는 왜 지원했지? 이런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으니깐요.
저는 또 LG 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QC/QA 담당자에 지원했는 데, 다행이 여기에는 합격을 했었습니다. 전공이 그나마 비슷하니깐 서류는 붙혀주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 이때만 해도 완전 김치국 마셔서 속으로
아 LG화학(충주)은 너무 멀고 주변에 아무 것도 없던데 여기 되면 어디에서 자취하지??
합격하면 여기 꼭 다녀야하나 모르겠네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LG 화학에 합격하고 난 뒤, 저는 다음 단계인 인적성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근데 LG화학은 딱히 인적성 준비 안하고 시험봤는데 합격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했습니다. '그래 나 같이 시험도 잘 보고, 좋은 대학 나왔는데 떨어뜨리겠어?' 라고요.
인적성 합격 뒤 한 달정도 지나서 1차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면접장소는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LG 트윈타워였습니다. LG화학 측에서는 몇월 몇일 오전 11시 까지 면접장소로 오라고 했습니다. 관련 공지도 있었는 데, 지금은 아쉽게도 확인이 안되네요
'면접 복장 : 자유'
옷을 자유롭게 입고 오라는 말이 있었는 데, 왠지 찝찝했습니다. 전통 대기업이 아무래도 보수적이다 보니 청바지를 입고 갈 노릇은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넥타이를 메지 않고 슬렉스에 단화를 신고 갔습니다.
근데 웬걸? 막상 면접을 보러 가니 정장을 입고 온 사람이 절반이 넘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크게(?) 차이는 없어서 그냥 아 다음부터는 그냥 정장 입고 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유명한 대기업 면접이라 그런지, 오전팀 오후팀 면접이 각각 따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기로 LG화학에서 총 두 차례 면접을 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영어면접, 하나는 실무/인성 면접이였습니다. 영어면접 이후에는 점심식사 시간이 있었고, 점심을 먹고 실무/인성 면접을 보는 일정이였습니다.
엥 영어면접?? 품질직무가 영어회화를 할 일이 있나?? 그보다..나는 준비 하나도 안했는데!!?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일단 면접 보러 왔으니 면접은 보러 가야겠죠. LG화학에서는 면접을 5~6명이 한 조로 해서 같이 면접을 보는 구조였습니다. 영어면접은 십 몇층 어디 회의실에서 봤었는데, 그 층의 화장실이 참 영화에서만 본 '고오-급' 화장실이였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1. 영어면접
제가 포함된 조 (6명) 이 영어면접이 진행되는 장소(회의실)에 도착했습니다. 가운데에는 미국인으로 보이는 면접관이 앉아 있었고, 자리에 앉아달라는 요청과 함께 영어면접은 시작되었습니다. 제 자리는 6명 중 가장 마지막 6번 째 자리였습니다.
이 면접은 망했음을 직감했습니다. 영어로 자기소개는 대학에서 '실용영어' 수업에서만 해봤는데, 여기서 하게 될 줄이야... 다만 6번째 순서였기때문에 아직 시간이 좀 있었습니다.
제 앞에 있던 사람들은 면접을 준비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영어 자체는 조금 덜 유창하더라도 준비했던 것들을 전부 말하는 느낌이였습니다. 5번 째 사람이 자기소개를 끝내고, 다음인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Mr. Kim, please introduce yourself
그때 저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영어로) 안녕하세요, 저는 김똘똘 입니다. 2X 살이고, 오래달리기와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끝-
진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쪽팔리고 부끄러운 대답이였습니다. 다른 지원자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자기소개를 마치고 지원자 별로 여러 질문들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질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였습니다.
서울에는 종로나 동대문 이런 곳을 가면 엄청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역의 성장과 개발을 위해 노후화된 건물을 부시고 재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그 지역의 오래된 건물들이 후대에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건물들을 부시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당신은 어떤 의견에 동의하는지 이유와 함께 설명해주세요.
그때 당시에 나름 대답은 잘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기소개를 망해서 어차피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2. 실무/인성면접
이 면접에서는 사실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두 개를 나눠서 보지는 않았고, 면접실에는 QC/QA 담당자 2~3명, 인사담당자 1명 이렇게 앉아있었습니다. 첫 질문은 가볍게 스몰토크 형식으로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점심은 좀 어떠셨나요?' 에 대해서 돌아가면서 대답하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영어면접 보고나서도 정신 못차리고 아래와 같이 당돌하게 대답했습니다.
네, 사실 점심식사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점심이 맛있게 나와서 잘 먹었습니다!
나름 쿨하게 보일려고 그렇게 대답했을까요? 인사담당자가 조금 당황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후에 1분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였는데, 제가 또 너무 길게 얘기했나봅니다. 면접관이 그 자리에서 '1분 자기소개인데 너무 길게 내용을 얘기해주셨네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ㅎㅎ...
면접 질문은 평이했습니다. 지원동기, 입사후 포부 뭐 그냥 무난한 질문과, 그 무난한 질문에 능숙하지 못하게 대답을 했구요. QC 담당자분이 했던 한 질문이 지금 기억에 남습니다.
QC담당자는 품질관리업무를 하면서 항상 납기일을 맞춰야 한다는 타부서 요청이 많이 들어옵니다. 만약에 여러분들이 QC업무를 하고 있고, 원칙적으로는 품질미달제품이 생산되어 부적합처리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영업부서에서 빨리 제품을 출하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원칙적으로는 부적합제품은 출하하지 않는 것이 맞고, 그 당시에도 저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렇게 뻔한 대답을 듣길 원했던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는 거는 아닌데, 실제로 저런 일이 많이 발생하니깐 각자만의 생각이나 대처방법이 궁금해서 물어본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저런 상황이 감히 상상히 가지 않아서 그냥 원론적인 대답만 했던 것 같습니다.
3. 마무리
2차례의 면접으로 LG화학 면접은 끝이 났고, 면접 이후에 면접비 3만원을 챙겨 집으로 갔습니다. 그때가 대략 2시쯤이였습니다. 면접이 끝난 뒤의 날씨는 참으로 따뜻하고 화사했습니다.
2차 임원면접은 어떻게 준비하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지만 몇 주 후 발표된 1차 면접결과는 '...아쉽게도...어쩌구저쩌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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