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인허가/정보글

의료기기 RA 커리어 시작으로 컨설팅회사를 추천하는 이유

똘똘한김똘똘 2022. 5. 8. 10:56
728x90

의료기기 RA로 커리어를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게 되면, 시작점에 따라 크게 3가지의 갈림길에 놓이게 됩니다.

  1. 의료기기 제조업체 RA 신입으로 취업
  2. 의료기기 수입업체 RA 신입으로 취업
  3. 의료기기 인허가 컨설팅업체로 취업

 

 

하지만 애초에 RA 신입을 제조, 수입업체에서 잘 뽑지도 않고, 취업난이 심해져서 운 좋게 신입을 뽑는다고 해도 채용될 확률이 낮은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해서 인허가 컨설팅회사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여럿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사실 인허가 컨설팅 회사에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취업준비를 하신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RA Specialist 카페에 가보면 아래처럼 의료기기 인허가 컨설팅회사 신입으로 커리어를 시작해도 되냐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컨설팅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처음에 RA 취업을 고민했을 때 위와 같은 비슷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의료기기 컨설팅 회사에 취업하면 좋은 점과 왜 컨설팅회사 신입으로 커리어를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본격 컨설팅 회사에 취업하면 좋은 점 3가지

 

장점 1. 취업이 쉽다

대다수의 인허가 컨설팅회사들은 좋은 인재들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이넥스와 같이 규모가 큰 회사들이 아니라면 보통 컨설팅회사들의 임직원 규모는 10명 내외입니다. 우리나라 청년 취준생들은 구직난이니 뭐니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직원 규모가 10명정도면 벤처기업(스타트업)정도 수준인데 청년들이 이런 곳에서 흔쾌히 일을 시작하려고 할까요? 컨설팅회사도 이런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양심없는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4년제 대졸자에 RA 자격증에 영어 원어민 수준까지 요구하는 회사들이 있죠. 하지만 많은 컨설팅회사들은 까다롭게 지원자들의 스펙이나 경험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물론 RA 관련 경험이나 교육 이수 사항들이 있으면 취업이 수월하긴 하지만, 그게 꼭 필수까지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컨설팅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영어 원어민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 실력이 어느정도 된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RA업무할 때 영어는 필수이니깐요. 국내 인허가만을 맡아서 한다고 하더라도 영어 독해정도는 어느정도 할 줄 아셔야 합니다. 다행히 컨설팅회사 대부분은 OPIC이나 TOEIC Speaking과 같은 영어회화 자격증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토익 800점정도면 영어로 그렇게 꿀릴 일은 없을 듯합니다.

 

면접과정은 다른 채용과정과 비교했을 때 더욱 간단합니다. 보통은 1차에 끝나는 경우가 많고, 회사에 따라서 실무자/임원면접 이렇게 2단계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적성이나 PT면접같은 것들은 회사규모상 운영하기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통은 인성+직무 면접 혼합된 형태로 면접을 진행하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컨설팅회사에 지원할 때 스펙이나 경험같은 것들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면접과정에서도 크게 어렵거나 한 것들을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신입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다른 제조/수입회사보다 높습니다. 

 

장점 2. 여러가지 RA 관련 업무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

제조/수입업체 RA 신입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1~2년 동안은 뭔가 주도적으로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은 선임직원이나 RA부서장(팀장)이 시키는 간단한 일부터 시작을 할텐데, 여기저기 파편화된 RA 업무를 맡아서 하다보면 전반적인 인허가 업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처음 신입으로 입사하게 되면 규격을 읽어보라고 시키거나, 기술문서 번역을 맡아서 하거나, 아니면 법적요구사항 신규/개정된 부분 파악하는 업무를 할텐데, 이런 일들만 한다고 해서 의료기기 인허가 업무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대관업무, 기술문서 작성, 심사 보완대응같은 업무들을 주니어 직원, 특히 신입 직원이 처음부터 맡아서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회사 특성에 따라서 국내인허가만 하거나 (수입회사) 해외인허가만 하는 경우 (제조회사)가 여럿 있습니다. 이런 회사에서 업무를 하게 되면 특정 국가에 대한 인허가만 진행을 하기 때문에 타 국가 인허가 프로세스는 잘 모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에 따라 취급하는 제품이 가지각색입니다. 예를 들면 A회사에서는 의료용품쪽 (창상피복재, 드레싱 등)을 주로 생산하고, B회사에서는 X-RAY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라면 A회사의 RA와 B회사의 RA가 하는 업무에는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험성적서 준비 및 밸리데이션 문서 작성 등). 따라서 만약 어떤 제조/수입회사의 RA의 신입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무수히 넓은 인허가 분야에서 한정된 일부분만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컨설팅회사에서는 오만가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제조업허가, 국내 허가문서 작성 및 심사 대응, 위험관리문서 작성, 시험성적서 검토, 시험성적서 준비, FDA 510(k) 문서 작성 및 심사대응, CE 기술문서 작성, 사이버보안 문서 작성 및 검토 등등...이 모든 일을 1~2년 사이에 모두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GMP의 모든 프로세스와 문서화 과정을 경험하실 수도 있겠구요. 컨설팅회사에서는 일을 하나하나씩 알려주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신입 때 부딪혀가면서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도 참고하고 수많은 가이드라인 문서와 규정집을 참고하면서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고, 때로는 처절한 좌절을 맛보게 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여러가지 일을 배우고 경험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장점이 됩니다. 저 또한 어디가서 제가 의료기기 인허가받으러면 뭐가 필요한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그래도 전반적인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수준은 됩니다.

 

장점 3. 제조/수입회사가 아니다.

의외로 구직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제조/수입회사에 취업한다는 것은 본격적인 조직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생활을 한다는 것은 회사에 있는 각 부서별, 인원별 알력다툼이나 정치질, 그리고 불합리한 경영진의 결정에도 참고 회사생활을 해야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저 또한 막연하게 제조회사에 대해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맡은 일이 가장 중요하고, 따라서 다른 부서도 제가 하고 있는 일과 결정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불행히도 저는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같은 부서 안에 있는 사람들도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타 부서 사람들에게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인허가 관련 업무 협조를 타부서에 요청해도 십중팔구 시큰둥하거나, '이걸 왜 내가 해? 인증업무니깐 니가 해' 라는 마인드입니다. 결국에는 업무협조 요청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업무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사람복이 필요합니다.

 

또한 제조/수입회사에서 RA/QA는 메인부서인 R&D나 영업부서에 치이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서입니다. 메인부서들은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다주는 조직이고, '우리 이번에는 ~~해봅시다!' 와 같이 진취적인 성격이 있다면, RA 는 오히려 여러 이유로 돈을 쓰는 부서이고, 타부서들한테 '이렇게 하시면 안되고 저렇게 하셔야해요' 라고 훈수두는 경우가 많은 부서입니다. 한마디로 경영자입장에서는 돈이 안되는 부서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RA를 무시하면 '10' 만 써도 되는 시간과 비용을 '30~50' 까지 써야하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런 걸 알아줄까요? 

 

반면에 컨설팅회사는 이러한 부분에서 조금 자유롭습니다. 앞에서 대부분의 컨설팅회사의 규모는 10명 내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10명 중 대부분의 직원들은 인허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비슷한 일을 하고, 어떤 일을 하는 지 잘 알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업무분장이나 할당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불만이 있을 수는 있으나, 위의 제조회사 사례처럼 부서별로 상하관계가 있거나 갈등이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또한 사회생활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회식'을 컨설팅회사 다니면서 별로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들 일에 치여살다보니 회식할 시간이 없는 이유도 있고, 외근 인원들이 많다보니 한 시간에 모든 인원이 전부 모이기가 어렵습니다. 그에 반해 제조회사의 경우 회식이 매우 많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케바케겠지만요).

 

장점 3 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제조/수입 회사와 비교했을 때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면 타부서 또는 직장동료와의 갈등과 정치질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롭고, 인허가 업무 외적인 업무나 활동이 적기때문에 온전히 주어진 RA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내 일(인허가 업무) 만 잘하면 되지' 가 제조/수입회사같은 곳에서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외국계회사나 대기업이라면 조금은 다를 수는 있겠네요.

 

 

맺는말: 컨설팅회사 신입으로 RA 커리어를 시작해야하는 이유

저는 3년 정도의 컨설팅회사 경험을 하면서 느낀점을 토대로 컨설팅회사의 장점 3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컨설팅회사 취업까지 고려하시는 분들은 예전의 저처럼 RA취업준비에 막막함을 느끼시는 분들일 것입니다. 'RA 하려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컨설팅회사에서 내 커리어를 시작해도 되나?' 같은 고민들에 힘든 시간을 보내실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답변드리고 싶습니다.

 

'잘 알아보고 가시면 분명히 컨설팅회사에서 원하는 업무하시면서 만족스럽게 일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컨설팅회사는 분명 규모도 작고, 거기서 일하면 주변사람들이 '어디 회사에서 무슨 일 해?' 할 때 당당하게 답변하기도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가오가 안사는거죠. 하지만 컨설팅회사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나중에 어디를 가서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컨설팅회사 가기 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나 말도 잘 못하고, 문서화에 대한 중요성도 잘 몰랐었습니다. 하지만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대화하거나 발표하는 것은 여러번 하다보니 어느정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물론 능숙하게 하지는 못하지만요). 또한 법적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어떤식으로 계획하고 대응하고 문서로 작성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인허가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어떤 일을 하던 간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의료기기 RA로 취업준비를 희망하는 많은 분들이 의료기기 인허가 컨설팅회사 관련해서 많은 정보들이 없어 막막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 의료기기 컨설팅회사에 대한 장점을 파악하시고, 구직활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의료기기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면 안되는 이유 3가지' 에 대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